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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에서 태어난 교황

hey1ss 2025. 5. 3. 13:31

바티칸은 월요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체할 교황 선출 회의가 5월 7일 수요일에 시작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 교황. 그 막중한 자리를 결정하는 회의가 바로 콘클라베입니다.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이라는 뜻처럼, 콘클라베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경당에 추기경들만 모여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채 진행되는 비밀 회의입니다. 놀랍게도 이 중요한 과정에 평범한 신자는 물론, 대다수의 성직자조차 단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합니다. 오직 이전 교황들에 의해 임명된 약 120명의 최고위 성직자들만이 투표권을 가집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앙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인물을 뽑는 방식이 오늘날 어떤 세속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교황 선출 결과가 발표되면 교회는 흔히 "성령의 인도 하에 이루어진 최선의 선택"이라며 '신의 뜻'으로 포장하곤 합니다. 새 교황에게 "신이 선택한 분"이라는 찬사가 따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한 미화 뒤편에는 철저히 인간적인 정치 역학 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콘클라베 회의장 안에서는 추기경들이 개혁 성향과 보수 성향으로 나뉘어 서로 표를 계산하고, 때로는 교묘한 연합을 통해 지지 후보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교황은 엄숙한 기도와 찬송 속에서도 벌어지는 이러한 힘겨루기, 즉 정치적 타협의 산물일 때가 많습니다. 인간적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을 '신이 선택했다'고 둔갑시키는 태도는 신앙심을 빙자한 허위 의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콘클라베의 극심한 비공개성과 의식화된 신비주의는 가톨릭 교회 지도부의 권력 구조를 현재 그대로 공고히 유지하는 강력한 기제입니다. 외부의 어떤 견제나 참관도 허용되지 않는 이 선출 과정은, 소수 성직자 집단, 즉 추기경단의 기득권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방패막 역할을 합니다. 마치 중세 봉건 시대에 소수의 귀족들이 성 안에서 다음 군주를 정하던 모습을 연상시키듯, 교회의 권력은 오로지 이 엘리트 그룹 내부에서만 재생산되는 구조입니다. 평신도나 하위 성직자의 의견은 여전히 철저히 배제된 채 지도자가 결정되고, 나머지 신자들은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물론 교회 측은 "종교 조직은 세속 국가와 운영 원리가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신으로부터 권위가 비롯된다는 신학적 관점에 기반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주권과 투명성이 시대의 기본 가치가 된 현대 사회에서,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면서도 세계인의 존경과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콘클라베가 신앙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들을 외면하고 폐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한, 그 결과는 교회의 도덕적 권위 실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는 변했습니다. 교회가 '밀실에서 태어난 교황'이라는 이 역설을 언제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교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깊이 성찰해 볼 문제입니다.